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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한나 아렌트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by 글랜필드 202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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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유대인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은 유럽 전역에 있는 1,200만 명 유태인들 중에서 600만 명을 죽였다. 대부분은 아우슈비츠와 같은 포로수용소의 가스실에서 죽었는데, 말이 600만 명이지 유럽 전역에 있는 유태인들을 색출하고 찾아내서 분류하고 이송해서 가스실로 보내는 것. 그 작업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송의 총책임자가 누구였냐면, 나치 친위대 소속의 루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이다. 아이히만은 굉장히 성실하고 능력도 인정받았다고 한다. 독일이 전쟁에 패하자마자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로 도망을 갔고 거기서 15년을 숨어서 살았다. 그런데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아이히만을 찾아낸 것이다. 그래서 아이히만을 체포해서 본국으로 송환해서 법정에 세웠다. 온 세계가 이 재판에 관심을 가졌다. 한나 아렌트라고 하는 유태인 정치철학자가 재판을 참관했다. 8개월 동안 참관을 하면서 그것을 기록에 남겼다. 그 기록이 바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이다. 

 

아돌프 아이히만

평범한 아이히만 

1961년 12월에 첫 재판이 열렸는데 아이히만을 처음 본 한나 아렌트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아이히만은 600만 명을 죽인 살인마라고 보기엔 너무나 평범하게 생긴 거였다. 아이히만을 보기 전에 사람들은 아이히만이 사이코패스 거나 아니면 미친놈 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너무나 정상이었다 그냥 머리 벗겨진 동네 아저씨처럼 생긴 거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이히만은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고 가족한테는 굉장히 자상한 아버지였다.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 

아이히만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왜냐하면 자기는 유태인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는 거였다. 자기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거다. "나는 나치 독일의 군인 공무원이었습니다. 행정직을 맡았고 유대인을 수송하는 역할을 수행했을 뿐 시킨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선 합법이었습니다." 국가에서 시키는데 안 하면 유죄지 열심히 일했는데 자기가 왜 유죄냐는 거다. 그는 말했다. "신 앞에서는 유죄라고 느끼지만 법 앞에서는 아니다." 재판관이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내가 내 일을 열심히 했는데 내가 왜 양심의 가책을 느끼냐는 거였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싶어서 정신감정을 받았는데 정상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그는 그냥 보통사람이었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는 깨달았다. "아! 악인은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 누구나 어떤 상황에 들어가면 저런 악행을 저지를 수 있겠다." 한나 아렌트는 이것을 '악의 평범성'이라고 불렀다. 악은 평범함 속에 토처에 있다는 거다. 어떤 상황 속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기가 지금 어떤 상황 속에 있는 건지 객관적으로 스스로 인지할 능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생각의 무능

그렇다면 아이히만은 무죄인가? 풀어줘야 하나?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히만을 무죄라고 할 수 없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죄를 이렇게 말한다. 

 

"아이히만은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무사유'때문이다."

 

끝으로 한나 아렌트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은, 부당한 권위에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 권위에 동조되어 언제든지 악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고 말한다. 혹시 우리들 또한 스스로가 '무사유'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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