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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다자이 오사무 : 인간 실격 줄거리

by 글랜필드 2021.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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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줄거리

작품은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이 된다. 작품 처음과 끝을 이끌어가는 화자가 "오바 요조"라는 인물이 남긴 세편의 수기를 읽은 형태이다. 화자가 세장의 사진을 보며 불쾌함을 느끼는 것을 시작으로, 사진 속 인물인 "오바 요조"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마지막에 다시 사진을 보던 화자의 시점으로 돌아온다.

 

첫 번째 수기는 주인공의 암울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이다. 요조는 도호쿠 지방의 한 부잣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에게도 그만의 어려움이 있었으니,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다. 남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늘 타인의 평가가 두렵다. 그러던 그는 두려움을 극복할 방법을 생각해내느데, 바로 '상대가 원하는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삶'이다. 그렇게 그는 익살꾼 노릇을 하며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사람들을 웃기기 시작했다. 요조는 비상한 두뇌로 익살꾼 노릇을 통해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거짓으로 일관하며 결국 타인들로부터 호감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요조의 겉모습은 장난기 가득한 웃긴 아이였지만, 속으로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세상에 대한 불신이 더해가는 암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두 번째 수기는 요조가 중학생이 된 시간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요조는 여전히 익살꾼 노릇을 하며 자신을 감추고 있다. 꽤 성공적으로 자신을 감춘 덕분에 인기도 많고, 장난기가 넘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다케이치라는 아이는 달랐다. 그 아이는 요조가 겉과 속이 다른 아이라는 걸 알아챈 듯 말을 건넨다. "너 일부러 그랬지?" 요조는 다케이치가 자신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발설할 것이 두려워 그와 친구가 되고 꼭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후 다케이치가 요조에게 예언과도 같은 말을 한다. "너는 앞으로 훌륭한 화가가 될 거야." "앞으로 많은 여자들이 너에게 홀딱 반하게 될 거야."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요조. 다케이치와는 자연스레 헤어졌고, 미술을 배우고 있는 호리키라는 여섯 살 많은 남자와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이 만남은 요조의 인생을 생각하면 좋은 만남은 아니었다. 호리키는 방탕하고 퇴폐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물이었다. 요조 또한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인간에 대한 공포를 가진 요조는 결국 호리키를 거부하지 못하고 함께 어울리며 퇴폐적인 생활을 시작했다. 잘생긴 외모의 요조는 많은 여자를 만났다. 그러다가 술집 여종업원 쓰네코와 교제를 시작했다. 얼마 후 쓰네코는 요조에게 같이 죽어버리자고 얘길 하는데, 그녀는 자기 삶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 요조 또한 세상이 지긋지긋했기에, 두 사람은 함께 바다로 뛰어들어 동반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쓰네코는 죽고, 요조만 살아남는다. 그 일로 요조는 수사를 받았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풀려난다. 그리고는 한없는 비참함을 느끼게 된다. 

 

세 번째 수기는 동반자살미수 사건 직후에서 이어진다. 그 일로 인해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요조, 집과도 인연이 끊긴 상황, 무명 만화가로 일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 요조는 호리키의 집을 찾아갔다가 우연히 시즈코라는 여자를 만났는데 그녀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어린 딸을 키우며 살고 있었다. 요조는 시즈코와 동거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요조는 늘 술독에 빠져있었다.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 어느 날 시즈코와 그녀의 딸이 행복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요조. '나만 없으면, 저 두 사람이 더 행복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조는 그 길로 떠나버린다. 이후 요조는 한 스탠드바에 머물던 중 근처 담배가게 아가씨인 요시코를 만나 새롭게 동거를 시작한다. 요조는 이 시기에 자신의 삶에서 처음으로 안정을 경험한다. 요시코는 요조에게 신뢰를 주었고 요조 또한 '이렇게 살다 보면 나에게도 행복한 가정이란 게 생기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요조는 요시코가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렇지만 요조는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모든 일에 자신감을 잃고 또다시 끝없이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한 요조, 다시 술에 의존하기 시작했고,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살을 기도했지만 실패한다. 진통제로 주사하던 모르핀에 중독되어 마약에 의존하기 시작했고, 그 약을 얻기 위해 약국 부인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 거듭되는 수치 속에 이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다시 자살을 결심한 날 호리키가 찾아온다. 그는 전에 보인적 없던 부드러운 미소로 요조를 차에 태웠고 그때 요조는 처음으로 호리키에게 신뢰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가 도착한 곳은 정신병원, 그는 자신이 미치지 않았지만 정신병원에 끌려 왔기 때문에 광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나가더라도 "미치광이"라는 낙인을 지울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인간 실격"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그때 요조의 나이는 스물일곱 살이었다. 

 

'인간 실격'된 이유

요조는 소설의 후반부에 이르러 정신병원에 입원하는데 그는 그것이 자신의 인간실격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요조에게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요조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을 인간실격이라고 규정한 그 순간이 어쩌면 그가 진짜로 인간 실격된 순간일지도 모른다. 자기 운명에 대한 주체적 태도가 인간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인데 설령 자신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하더라도 재활의 의지를 다지고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는 인간 실격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요조가 인간으로서 최종 실격한 이유는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 문란한 생활 때문이 아니라 자기를 스스로 최종적으로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인간으로서의 합격, 실격 여부는 스스로의 운명에 대한 주체적 태도를 가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비난 

한편 요조는 당시 일본 사회가 추구하던 이상과 규범에서 한참 벗어난 존재이기도 하다. 2차 세계 대전 무렵의 일본은 군국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있었는데, 그래서 요조처럼 개인의 사상과 가치관에 따라 자유분방한 개인적 삶은 곧 일탈과 실패로 여겨지곤 했다. 시즈코와 동거 중이던 요조에게 어느 날 호리키가 찾아와 계속 그렇게 살다가는 세상의 비난을 받을 거라며 충고를 한다.

"그나저나 네 난봉도 이쯤에서 끝내야지.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그러자 요조는 속으로 생각한다.

'나를 비난하는 건 세상이 아니야. 너잖아 호리키.'

요조는 사회 규범과 질서를 들먹이며 자신을 훈계하는 친구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의 몫임을 알려주려 한다. 비록 친구가 화를 낼까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세상의 비난을 언급하는 존재는 세상이 아니다. 바로 한 사람의 개인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세상의 비난'의 세상이란 결국 그 자신이 인식하는 세상일 뿐이다. 자기가 비난하고 싶을 때 세상을 언급하여 그 뒤에 숨어 비난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비난받을 때 그 비난의 잣대는 결국 개인적인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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