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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니체

니체 : 초인 (3-1)

by 글랜필드 2022.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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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우리의 쾌활함이 의미하는 것. -근래의 최대의 사건은 "신이 죽었다"는 것,

그리스도교의 신에 대한 믿음이 믿지 못할 것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이미 유럽에 그 최초의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 드라마를 꿰뚫어 볼 만큼 시력과 의혹의 눈길이 충분히 강하고

예민한 소수의 사람들은 하나의 태양이 지고 있으며,

오래된 깊은 신뢰가 의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그들에게는 우리의 낡은 세계가 매일 더 황혼에 물들어가고,

더 믿을 수 없어지고, 더 낯설어지고, "더 낡아가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점에 있어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 자체는 너무 거대하고, 너무 멀고, 많은 사람들의 파악 능력을 벗어나 있어서,

이 소식이 도착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더구나 이 사건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이 신앙의 기초가 무너진 이후 이제 모든 것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이러한 붕괴가 필연적인 것은 모든 것이,

예를 들어 유럽의 도덕 전체가 이 신앙을 기초로 하여 그것에 기대어 자라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길고 엄청난 일련의 붕괴, 파괴, 몰락, 전복이 임박해 있다.

이 어마어마한 공포의 논리를 가르치고 예고하는 자,

지상에 일찍이 그 유례가 없었던 이 어두운 일식의 예언자 역할을 해낼 만큼

이것을 충분히 간파하고 있는 자가 오늘날 누가 있단 말인가?"

-즐거운 학문 343절

 

신이 죽은 세계, 즉 절대적 가치가 사라진 세계는 니체가 <즐거운 학문>에서 묘사했듯이

필연적으로 허무의 감정을 동반한다.

 

니체는 허무주주의 전제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진리란 없다는 것 ; 사물의 절대적 성질이란 없다는 것,

'사물 자체'란 없다는 것 - 이것 자체가 허무주의이며 그것도 가장 극단적인 허무주의이다.

이 허무주의는 사물의 가치를, 어떠한 실재도 그 가치에 대응하지 않고 대응했던 적도 없었으며,

오히려 가치 설정자가 지닌 힘의 증후이자 그의 삶의 목적을 위한 단순화에 지나지 않는 것, 바로 거기에 부여한다."

-(니체전집 20 / KGW VIII 2, 9[35] (27), 24쪽)

 

마침내 허무주의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허무주의는 병리적 중간 상태를 표현한다

(병리적이란 전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결론짓는 끔찍한 일반화를 말한다)"

-(니체전집 20 / KGW VIII 2, 9[35] (27), 23쪽)

 

니체는 1887년 유고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다"라고 말하며 이 "병리적 중산 상태"에서 그냥 머무르는 것을

'수동적 허무주의'라고 말한다. 이와는 반대로 중간에서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즉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창조하려는 태도를 '능동적 허무주의'라고 말한다.

그래서 니체는 인간을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라고 표현한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짐승을 향해 돌아갈 수도 있지만 초인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의미가 사라진 세계에서 "모든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말하는 짐승적 삶,

즉 본능적 쾌락만을 추구하며 살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의 삶에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며 이 허무를 극복해나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려 하노라.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대들은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금까지 모든 존재는 자신을 넘어서 그 무엇인가를 창조해 왔다.

그런데도 그대들은 이 거대한 밀물의 한가운데서 썰물이 되기를,

자신을 극복하기보다는 동물로 되돌아가기를 원하는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제1부 머리말 15p

 

이렇게 초인은 자신을 극복하는 자이다.

'힘에의 의지'에서 말했듯이 그것은 '상승'과 '보다 많이'를 추구한다.

그래서 초인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자', '자신을 상승시키는 자'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초인은 기존에 존재했었던 신을 대체할 새로운 '신'이 아니다.

초월적인 것을 거부한 니체가 새로운 신을 만들었다는 건 모순일 것이다.

그러나 니체는 이 초인을 비록 '신'은 아니지만 '허무주의'에 빠진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존재로 파악했다.

그렇기 때문에 허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인 초인을 유럽에 제공했다고 생각한 니체는

"나는 유럽의 부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건 고통을 피하려고 한 인도의 부처와는 달리 자신은 인류에게 다가오는 허무를

능동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초인을 제시했기 때문에 인도의 부처와는 대립자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니체는 본질적으로 밧줄 위에 있는 것, 즉 짐승으로 돌아가는 것, 또는 중간에 머무르는 것,

초인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 전부다 위험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매달려 있는 밧줄 아래에는

본질적으로 "심연", 즉 공허가 있기 때문에 밧줄 위에 매달려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짐승이 되려고 하든, 초인이 되려고 하든 결국 궁극적인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니체는 바로 인간이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것에,

또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것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고 말한다.

니체는 짐승으로 돌아가는 것, 중간에 머무르는 것, 초인으로 나아가는 것 모두 위험하니

그중의 최선인 초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택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다. 심연 위에 걸쳐진 밧줄이다.

저쪽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줄 가운데 있는 것도 위험하며

뒤돌아보는 것도 벌벌 떨고 있는 것도 멈춰 서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데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제1부 머리말 16p

 

다음 글에 이어짐..

2022.06.08 - [철학/니체] - 니체 : 초인 (3-2)

 

니체 : 초인 (3-2)

2022.06.07 - [철학/니체] - 니체 : 초인 (3-1) 글에 이어서.. 니체 : 초인 (3-1) "우리의 쾌활함이 의미하는 것. -근래의 최대의 사건은 "신이 죽었다"는 것, 그리스도교의 신에 대한 믿음이 믿지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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