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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오른쪽'은 '옳은 쪽'인가?

by 글랜필드 2021.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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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언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오른쪽과 왼쪽의 특징

인간의 모든 언어들은 거의 예외 없이 오른쪽으로 편향되어 있다. '오른쪽(right)'은 합법성, 올바른 행동, 높은 윤리적 원칙들, 단호함 등의 수사와 관련되어 있다. 반면 '왼쪽(left)'은 약함, 비겁함, 목적의 분산, 사악함 등을 연상시킨다. 예를 들어서 영어의 rectitude(올바름), rectify(바로잡다), righteous(옳은, 적당한), right-hand man(중요한 인재), dexterity(영리함, 빈틈없음), adroit(능숙한, 프랑스의 droite('오른쪽'의 의미)에서 유래), rights(권리) 등의 단어와 the rights of man(인권), in his right mind(제정신으로) 등의 어구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ambidextrous(양손잡이의, 다재다능한)라는 말조차도 결국은 '오른손을 두 개 가진'이라는 의미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말도 '오른쪽'과 '옳은 쪽'이 비슷한 발음이 비슷하다.

한편, 왼쪽은 sinister(불길한, 라틴 어로 왼쪽이라는 말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 gauche(버릇없는, 서투른, 프랑스 어로 정확히 '왼쪽'을 뜻한다.), left-handed compliment(겉치레 찬사) 등의 단어나 어구와 관련 있다. 러시아어로 왼쪽을 뜻하는 nalevo라는 단어는 '은밀한, 부정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탈리아 어로 왼쪽을 뜻하는 mancino는 '속임수를 쓰는'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인간은 왜 오른쪽을 선호하고 왼쪽을 불길하게 여겼을까?

로마시대 때 악수는 사람들끼리 서로 해칠 의사가 없다는 의미의 몸짓이다. 주로 무기를 쓰는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면 상대의 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오른손잡이들과 달리 왼손잡이들은 왼손으로 무기를 썼기 때문에 왼손잡이는 못 믿을 상대로 생각했으며 그러한 오른쪽의 긍정적인 인식과 왼쪽의 부정적인 인식이 우리가 쓰는 언어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갔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인간은 언제부터 오른손잡이가 많았을까?

인류가 무기나 도구를 오른손으로 사용한 역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어느 손을 즐겨 사용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비비원숭이의 두개골 화석을 연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오래전 옛날에 이 인간의 친족들이 뼈로 찌르거나 나무 몽둥이로 때려서 입힌 좌상이 화석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화석을 발견한 레이먼드 다트는 이들 중 약 20퍼센트가 왼손잡이였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현대인에게서 나타나는 비율과 거의 일치한다. 반면 다른 동물들도 앞발 중에 특별히 선호하는 쪽이 있는데, 사람이 오른쪽을 즐겨 쓰듯 동물들은 거의 왼발을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인간들만이 특별히 오른손잡이가 많은 것일까?

오른손으로 무기를 앞쪽으로 내밀고 적을 찌름으로써 자신의 심장을 적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면 자신 생명을 보호하기에 더 유리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또 한 가지 더 유력한 학설은 사람의 신체 부위 중 오른쪽은 좌뇌가 왼쪽은 우뇌가 관장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정밀한 도구를 만들기 위해 '이성의 뇌'인 좌뇌의 통제를 받는 오른손을 더 많이 쓰게 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좌뇌는 지적 활동을 담당하는 반면 우뇌는 감성을 처리한다. 오른손잡이들이 도구를 더 잘 발명하고 무기를 잘 다뤘기 때문에 더 잘 생존했기에 오른손잡이들의 인구가 더 많아졌다는 주장이다. 

 

오른쪽은 옳은 쪽일까?

오른쪽이 옳고 왼쪽은 옳지 않은 건 아니다. '우파'와 '좌파'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상대적으로 사회변동에 온건한 지롱드당이 의회의 오른쪽 부분에, 급진적인 몽테뉴당이 의회의 왼쪽 부분에 위치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그때부터 왼쪽에는 '급진적인' '좌익의'이라는 또 하나의 부정적인 의미가 더해졌다. 이성적을 생각해보면 왼쪽과 오른쪽에 옳고 그르다는 가치판단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냥 역사적 우연들로 인해 왼쪽과 오른쪽이 정해져 왔다. 왼손잡이들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편견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어왔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러한 편견들은 많이 없어지는 추세이고 우리 모두가 왼쪽과 오른쪽이라고 재단하거나 선입견을 가지지 말고, 우리에겐 이제 그 사람의 말의 '내용'에 집중하고 능력과 성과로 그 사람을 바라보는 합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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